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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심해아귀처럼

by 엽서시
IMG_20150910_223834.jpg 심해아귀처럼

가슴이 저밀수록 천천히 걷는다.

심해아귀는 혹처럼 배우자를 붙이고 평생을 산다. 홀로 혼자가 아닌 삶을 산다.

나도 혹처럼 돋은 미련을 하나 달았다. 그 미련이 슬퍼질수록 느리게 걷는다. 어느 날 뒤돌아보면 느린 걸음을 따라 빠져나간 하루가 썰물이 나간 갯벌처럼 뻐드러진 가슴에 번져있다.

그림자 같은 슬픔이

발바닥을 적실 때마다

나는 깊은 바닷 속 작은 심해아귀가 그러듯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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