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와 진흙이 섞인 풀밭을 베고 누워
하늘을 가르는 전선을 보다
나는 그만
어느 한 나라의 국기를 떠올렸네.
하늘빛 물빛 쪽빛
푸른 바탕에
그저 흰무리 한 덩이
한 덩이가 박하다 싶거든, 두 세 덩이도 좋지.
어느 세살박이 아가도 그릴 수 있는 국기.
크레용으로 그린 것이 더 그럴듯한 국기.
한 반 서른 명 아이들에게 그려보거라, 하면 서른 장 국기가 제각각 다르지만,
교실 뒤 편에 이어붙여 놓으니 하나의 하늘이어서,
참으로 보기에 좋더라오.
그 나라에서는 학교에도 관공서에도 군대 연병장에도 어느 사열대에도 국기 게양대란 있을 수 없다지.
그저 저 까마득한 위를 올려다보면 되지 않느냐, 막막한 것이 한 가득 눈을 채우고도 남는 저 것, 저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기라네.
때로는 국경을 넘어
어느 땅,
어느 산 어느 들 어느 강 어느 바다 위에라도 바라볼 수 있다지.
이 것은 우리의 하늘이란다,
아이에게 하늘 향해 손가락 뻗어 가리키며 말할 수 있다지.
저 하늘은 너의 하늘도 나의 하늘도 아닌 우리의 하늘이란다.
저 끝장도 없이 파란 것이 가질 수도 가를 수도 없는 우리 모두의 하늘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