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파트 단지 입구에 문방구에 태엽 장난감을 팔았습니다. 곰도 하마도 고릴라도 태엽을 감고나면 꽤나 그럴듯하게 움직이곤 했지요. 난 참 그것들을 가지고 싶었습니다만 식탁 위를 올려보는 강아지처럼 침만 꿀떡 꿀떡 삼킬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엔가 어머니께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그만 해가 서쪽에서 떠버리는 바람에 오천원 용돈을 우리 형제에게 주신 날이 있었지요. 용돈을 받으면 저금을 해야한다고 형은 볼이 부어 눈총을 쏘았지만 난 그 눈총을 뒤통수에 달고 신나게 낄낄거리며 문방구로 향했습니다. 쪼그려 앉아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무엇이 내 것이 될 것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주인이 내게 다가와 외쳤습니다. 돈 없으면 남의 상품 만지지 말고 썩 집에나 가라고 말이지요. 나는 주머니의 그 뿌듯하던 오천원이 서러워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동생이 눈물범벅이 되어 돌아오니 형은 썩 대경했던 모양입니다. 사과를 받겠다며 제 손을 잡고 나간 형이었지만 사과는 커녕 고함과 손가락질만 입이 나올만큼 얻어가지고 나왔지요. 마침내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저희 형제의 손을 쥐고 그 문방구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아버지 검던 머리가 이제 다 하얗게 내려앉았으니 그 오래 전 문방구 주인이 저희에게 사과를 했던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해가 서쪽으로 뉘엿하게 지던 하늘을 등지고 집으로 오던 길에 아버지의 손이 유난스럽게 뜨거웠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