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리꽃
4. 나리꽃
개루가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랑은 몸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그러던 아랑이 슬그머니 방의 한 구석으로 손을 뻗는 것을 개루는 놓치지 않았다.
“그 꽃이더냐.”
아랑이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개루는 여전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이상하다. 아무리 안고 또 안아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남의 것을 빼앗는 듯한 기분. 남의 것, 남의 것이라. 개루는 속으로 웃었다. 이 땅위에 내 것 아닌 것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런데도 이 아이를 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리 내어라.”
아랑이 떨리는 손으로 개루에게 꽃을 바쳤다.
“어디서 났느냐.”
아랑이 입술을 달싹였다. 개루는 웃었다. 어째서인지 이 아이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겠다. 다른 사람의 것, 이라는 그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내 궁을 돌아보았지만 이 꽃이 나는 후원은 찾을 수 없었다. 어디 궁 밖의 사람에게라도 부탁하였느냐.”
“아닙니다.”
개루가 다시 웃었다.
“이제야 말을 하는구나.”
“······.”
“그럼 어디서 이 꽃을 구하였느냐.”
아랑이 손을 내밀었다. 개루의 손에 들린 꽃에 아랑의 손가락이 살며시 닿았다.
“후원에서 주웠습니다.”
개루의 손에서 아랑이 꽃을 살며시 뽑아들었다. 그러는 동안 개루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대신 아랑의 손이 제 손에서 꽃을 뽑아드는 그 모습을 담았다.
“무슨 꽃이냐.”
이번에도 아랑은 대답 대신 미소했다. 개루가 몸을 일으켰다. 아랑의 머리카락이 꽃을 감았다. 꽃이 아랑의 머리를 줄기삼아 피어오를 때까지 개루도 입을 떼지 않았다. 꽃이 단단히 아랑의 머리를 틀어 올렸다.
“무슨 꽃이냐.”
아랑이 다시 조용히 웃었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정말이더냐.”
“예. 저는 이 아이를 알지 못합니다.”
개루는 말없이 아랑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오래전부터 저를 알고 있지요.”
아랑의 손가락이 꽃을 간질였다. 꽃이 암술을 흔들며 쿡쿡 웃었다. 꽃이 흔들리는 것을 보던 개루가 아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