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물처럼 글이 흐르는 날

술 한 잔에 적당히 췐 날에

by 엽서시

내가 두고 온 시는 저 어디쯤 있겠다,

어디쯤이냐니, 저기, 바로 저기야. 저기, 저 뿌옇게 보이는 산 등허리 너머.

술을 진탕 먹은 어느 날이겠지, 나는 전철에 그것을 두고 왔나 보다.

아니면 가슴이 아직 따뜻하여 내가 누구를 사랑하던 그런 날에 나는 식당의 영수증처럼 그것을 구겨 던져버리고 말았나 보다.

그랬겠지, 필경 그랬을 게야.

오늘 같이 진물처럼 글이 흐르는 날에 나는 내가 두고 온 시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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