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풀꽃

by 엽서시
IMG_20150923_205258.jpg 풀꽃에게 풀꽃이라고 말하다가 어느 날

조그마한 풀꽃 같은 일이다.

좋아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은, 입을 아 벌리고 입천장에서 혀를 떼며 바람을 넣기에 나는 어리고 작다.

그 대신 좋아한다는 말은,

진흙을 이기고 바람을 세우고 잎을 피우고 마침내 혀 끝으로 봉오리를 올려내고,

조, 조, 조, 조기 조, 하며 말을 말 듯 하다 마침내 하얀 밥풀 같은 것을 하나 둘 피우는 것.

아, 한, 다.

아, 입이 열리고,

한, 숨 같은 것을, 몸이 떨리는 것을 뱉아야

다, 몸이 울린다. 입이 벙글다. 오도독 꽃이 돋는 것.

풀꽃이, 아가 눈꼽처럼 조그마한 풀꽃을 엮어 다발을 만드는 것. 풀과 섞인 중에 고 작고 작은 것들 중 미운 것 하나 없이 곱게, 고운 놈들로 엮어 네게 주는 일은.

참말 풀꽃 같은 일이다, 내게는.

매거진의 이전글어느날 명태국을 먹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