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부스러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잠들지 못하여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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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때에, 나는 부스러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여물지 못하였음을,

아직도, 나는 굳어지지 못하였음을,

나는 바람에 날리는 나의 부스러기를 보며 안다.

아프게 안다.

비가 내릴 때 창문을 두드리는 저것은 나다.

바람이 울 때, 가장 소리를 끌며 우는 저것은 나다.

움직여 무언가를 먹고, 먹고 움직여 살아가는 것이

나는 왜 이리도 어설픈가.

회사 근처의 백반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내민, 카드가 결제가 되지 않는다, 할 때, 멋쩍게 받아 든 카드는 왜 이리 무겁기만 한지. 나는 밤에 자리에서 찌개보다 붉은 얼굴로 이따위 생각을, 이따위 생각만 한다.

이렇게 살기 위해 내가 떠나 보낸 것들이,

나를 떠난 사랑과 내가 놓쳐 버린 것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밤,

바람이 부는데,

저렇게 잉잉 바람이 우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것은 나다. 여물지 못한 것도 나다.

자리에 누워 부스러지고 있는 것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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