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휴일 전전날 퇴근 이십 하고도 칠 분 전

by 엽서시
시계.jpg

어쩌면 지금 지구는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몰라

시간이 말도 되지 않게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이

초침이 저렇게 느리게 걸음을 떼는 것이

마른침을 꼬올딱 삼키는 속도인 것이

시방

이 몸의 무게는 물에 젖은 행주처럼 무거운 것이

말도 안되는 중력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

누군가 나를 당기고 잡아당기는 것이

이 팀장인지, 윤 대리인지, 나오지도 않는 사장 새끼인지

시방

나는 출근 전 침대 위의 시간보다 더 무거운 몸으로 시계를 본다

시계는 여전히 똑같은 각도로 팔을 벌리고 미안하다는 듯 째깍거린다

아니,

그런데 어쩌면 지금 나는 가장 맛있는 반찬이 나오기 전의 순간과

같은지 모른다 내 하루가 가장 느리게 달리고 있는 이 시간

지구는 빛과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시간은 영과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꼬올딱,

그래, 지금 내 목구멍을 느리게 넘어가는

이것은

천천히 삼키는

몸으로 음미하는 시간.


*시방: ‘지금’을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 욕을 귀엽게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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