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요 여기 뭐가 들었능교
내도 모린다
모리국수 안에 뭐가 들었는지 할매도 모른다.
젓가락에는 아구도 걸리고 삼식이도 걸리고 쪽새우도 걸리고 황태 부스러기도 걸린다. 성한 것, 실한 것은 없다. 젓가락을 쪽 빤다. 퍼지게 삶은 국수에서 무럭무럭, 김이 난다. 붉은 국물을 한 국자 뜬다. 할매가 가득 떠온 냄비는 바다처럼 깊고 짜다. 가득하다. 성하지도 않고 실하지도 않은 모지란 것들이 여기 모여 흘리는 땀이 가게에 가득하다. 모지라노, 내 더 줄게, 할매는 군인에게 대답도 듣지 않고 국수를 더 끓여준다. 푸지게도 준다.
할매, 배부른데요, 괜찮은데요 하는 소리를 국수가락과 함께 삼키며 마지막 건더기를 건진다.
이름이 거창한 구룡포에는 시금털털한 막걸리만 있는 게 아니다. 모리국수가 있다.
골목을 꺾어 들어가면 볕도 들지 않는 벽에 기대 기다리는 포항 사람들이 줄을 섰다. 사람이 많으면 모리는 사람과도 한 상에 앉는다. 할매가 들고 오는 깊다란 냄비에는 붉은 모리국수가 펄펄 끓는다.
이제 시큼한 막걸리는 한 모금에 넘기고 젓가락을 들자, 국자를 들자.
양만은 모지라지 않은 국수다. 모리국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