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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손바닥을 떼니 벽에 느낌표가 있다

by 엽서시
IMG_20150926_215422.jpg 물건이 된 그 것이 내 피를 뱉고 있다.

느낌표가 된 물건이 내 피를 뱉는다.

내 피는 삶이 되지도,

삶을 낳지도,

무엇도 아닌 것이 되어 널브러진다.

화장실 바닥에 붉은 자욱이 번진다.

굳이 변명하자면,

나도 그 모기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알기도 전에 내 손가락이 그녀를 눌렀다.

힘은 충분했다.

충분해서,

그녀의 놀라움이 물건처럼 떨어졌다.

다리를 뻗은 느낌표는 굳어져

화장실 바닥에 내려앉았다.

내 피가 번진다.

삶을 낳지도

무엇도 되지 못한 피가 널브러진다.

굳이 변명도 필요없다.

물건이 된 느낌표가 내 피를 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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