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의 핏자국에 대하여
모기가 가져간 것은
그 눈물만큼의 피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 눈물만큼의 기억
내 핏속에 흐르던 너의 기억
꿈 하나 없는 잠이 내 밤을 훔쳐가듯
그렇게 몰래
나는 너의 기억을 도둑맞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잊어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눈물만큼씩.
눈물만큼씩.
눈물이 흐르는 것조차
아까워 참았던
이를 물게 했던 기억들은 어디에 갔는가.
여름이 지난다.
눈물만큼씩
눈물만큼씩
새살이 돋듯 새로운 기억을 채워가며
나는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벽지에 묻어있는
몇 군데 점처럼
보기 싫은 흔적들을 남기고
여름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