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여 너의 씁쓸함은 나의 잠을 쫓는다

by 엽서시
커피콩.jpg

커피콩은

가지에 뜯겨 나와 동댕이질을 당하여

누군가 박박 껍질과 과육을 벗기고 나면

열대의 태양을 맨몸으로 받아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생기가 한 톨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그의 형제들과 함께 어느 자루에 갇혀

바다를 건넜을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죄수들이 그러하듯 숫자가 적혀 있었을 것이고,

다시 트럭에 실리는 그 중간의 휴식마다는

값이 매겨졌을 것이다. 환율과 무게와 품종이 그 숫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시급을 받는 젊은 노동자가 자루를 뜯고

무참하게 바가지로 그와 그의 형제들을 퍼 담았을 것이다.

우연이나 운명 따위가 아닌 정량이 그의 최후를 정했을 것이다.

커피콩은, 그리하여,

볶아지고 달구어진 쇠에 얼굴을 지지고

빻아지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진 후에야 어느 한 구석에 버려졌을 것이다.

그때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그의 볼따구니를 쓸어주었을 것이다.

나는 식민지 시대의 책을 읽듯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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