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선인장

by 엽서시

그때의 희망은 참 달았다

기대도 꽤나 좋은 품질이어서

오래 씹을 수 있었다 포만감도 길었다

그때의 겨울에

세상은 내게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일곱 번이나 사과를 했다

괜찮다고,

답장을 보낼 수도 없는 번호

였다 괜찮을 리 없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을 삼켰다 절인 배추처럼

내 몸은 모든 곳에서 짠 맛이 났다 슬픔의 맛

더 이상 시도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세상도 내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여름이 와도 밤이 길었다

이 세상은 모든 곳이 사막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줄곧 이곳에 서서

가시를 냈다 살갗도 내장도 뜨거운 피도 가시가 되었다

그가 나를 돌아보고 웃던 웃음,

가만 손가락이 서로 닿았던 주머니도 가시가 되었다

모든 사막이 다 지나갈 때까지

이렇게 선인장으로 서 있겠노라 나는 맹세했다

브런치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스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