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잠든 어느 날이었을 게다.
세상은 몰래 도끼를 가지고 와서
내 가슴팍을 빠개고 거기에 슬픔을 심어두었다.
허파의 꽈리들만큼이나 배배 꼬인 뿌리가 자라
이내 몸 구석구석에 파고들었다.
슬픔은
뿌리만 내릴 뿐 잎도 꽃도 피우질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또 무얼 생각해야하나
검은색 밤 위에 검은 글씨를 끄적여본다.
슬픔은 그런 밤에도 말없이 있는다.
어느 날 누군가 내 슬픔을 캐어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를 말렸다 내가 가진 것은 이것뿐이어서
그마저도 없으면 나는 텅 빈 화분처럼 늙어버릴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