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무슨 친목회가 있는데 매년 회비를 낸다
나는 가지도 않을 친목회에 회비를 냈다
어느 날 부장이 모모, 하고 나를 부르기에
네, 하고 뛰어가니 그것을 칭찬했다
그것을 칭찬하며 내 셔츠 카라를 고쳐 주었다
그것이 뿌듯했다
그것이 뿌듯해서
곧 서러웠다
내가 전생에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면
아마도 갑오개혁 이전이었을 것이다
그때에도 허리를 굽히고 살다
이제야 이 짓을 그만 두네,
등을 구부리고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렁이로 굼벵이로 살다
또 어느 골팍진 산에 불나무로 십수 년 있다가
다시 사람이 되고 나니 못할 짓이다
가슴팍 안쪽에 박혀있는 노비첩은 어떻게 떼어야 하나
퇴근길에는 전철을 타고 다리를 건너며
벌어봐야 살지도 사지도 못할 집과 집들 너머에 있는 회사를 생각했다
이름 모를 사원들의 뼈가 십수 개 묻혀 있을 회사 바닥을 생각했다
나도 그 바닥에 내 뼈를 다 묻고 나야지만 이 짓을 그만둘 수 있을까
나 이제 돌아왔네,
하면 지렁이들이 굼벵이들이 나를 반겨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