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사자의 명찰

한 골든 리트리버를 위하여

by 엽서시

내 명함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번들거리는 낯짝에 새겨진

내 이름 석 자조차 낯설다

명함을 내밀 때

나는 이 명함을 연기해야 한다

빙싯거리는 웃음

굽혀진 허리

예, 그렇습니다

아유, 어째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사자의 명찰을 달아도

개는 사자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이 웃고 사진을 찍어대도

어쩔 수 없다

개는 웃거나 꼬리를 저을 뿐이다

개는 개일 뿐이다


클라이언트를 기다리는 동안

내 명함이 나를 보고 웃는다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개는 개일 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자사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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