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버섯

굽어지다 쓰러진 것 위에 꼿꼿이 뻗은 것은 무엇인가

by 엽서시

이립(而立: 서른 세)을 넘어

그의 허리는 오히려 더욱 굽어졌다


어느 술자리에서 문득,

그가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자존심이라고 하는 것은

집과도 같아

한 번 터쳐 버리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있던 자리가

굳은살로 메워지더니,

그의 허리는 느릅나무 그루터기처럼

더욱 굽어졌다


썩은 느릅나무 위에 버섯들이 피었다

비 그친 어느 날

돌아보면 쑥 자라있던 아이들은,

과연 버섯처럼 꼿꼿하여

제 아비가 돌아와도

허리 한 번 숙일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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