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삼경(三更), 빗소리

싫지마는 구태한 것은 이유가 있더라

by 엽서시

삼경(三更) 빗소리가 후둑둑 돋는다

잠에서 깨 그 빗소리를 듣는다


후둑둑 돋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구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싫도록 구태한 일이다마는


아니다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후둑둑 돋아나는 것이다

저 비에 말간 얼굴을 씻고 허리를 펴는 죽순(竹筍)처럼


어둔 방에서 돋아난 그가 허리를 툭툭 치고 일어나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손을 흔든다


삼경(三更),

저 빗소리를 그의 손처럼 잡고 듣는 시간,

후둑둑 후둑둑


street-light-5933739_64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