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마는 구태한 것은 이유가 있더라
삼경(三更) 빗소리가 후둑둑 돋는다
잠에서 깨 그 빗소리를 듣는다
후둑둑 돋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구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싫도록 구태한 일이다마는
아니다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후둑둑 돋아나는 것이다
저 비에 말간 얼굴을 씻고 허리를 펴는 죽순(竹筍)처럼
어둔 방에서 돋아난 그가 허리를 툭툭 치고 일어나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손을 흔든다
삼경(三更),
저 빗소리를 그의 손처럼 잡고 듣는 시간,
후둑둑 후둑둑
절룩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