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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다이아몬드 드림

조간 신문1

by 엽서시

지금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는 말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다이아몬드였다는 말이다

나도 그랬고 너도 그랬듯이,


3학년 진학담당교사가,

또는 대학교 때 담당교수가,

아니면 자소서의 텅 빈 공백이,

팀장(내 인생에서 개새끼 1호일 수밖에 없는)이

돋보기와 현미경을 들이대고 살피지 않았다면

내가 그랬고 언젠가 너도 그랬던 것처럼,


다이아몬드였을

그 돌들이 이렇게 아침부터 지하철에 모여 존다

꾸벅꾸벅 존다

보석 상자는커녕 흔들리는 양철 상자에서

서로 자리를 노리느라 눈을 흘금거리면서


한때는 누군가의 다이아몬드였을

생각만으로 뿌듯하여 웃음이 나왔을

누군가 하루 종일의 살림과 또 다른 누구의 노동이 결코 바래지 않을 만큼 빛나던,

자기 자신도 그렇게 알고 매일 닦아 빛을 내던

누가 염소를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다이아몬드들


지하철에 처박혀 구르는

허무하게 끝난 다이아몬드 드림의 끝


다이아몬드 러시.jpg
다이아몬드 러시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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