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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개장수

by 엽서시

그래, 차라리 짖어라

이를 드러내

입가의 침이 엉겨붙어

허연 거품이 뚝뚝 흐르게

짖고 날뛰어라


나는 그것이 편하다 차라리

내게 짖어대는 것이

그래야 내 몽둥이를 휘두를 테니

허리 중동이가 팍 꺾이게

발길질을 해댈 테니

대추나무에 매어 단 밧줄이 팽팽하도록

내 몸을 실어 당길 수 있을 테니


그러나 나는 짖지 않는 것에는

나를 물려 들지 않는 것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 검은 눈의 안에

무슨 생각이 뻔히 들여다보이는데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짖어라, 눈을 까뒤집고

내 고향을 욕하고, 부모를 욕하고

되도 않는 문자를 섞어가며

입안의 침이 말라

성대가 찢어지게

짖거라, 짖어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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