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 삼킨 울음이 흰머리를 만든다
머리카락 한 가닥에 울음이 괸다
머리카락이 울음을 삼키고 나면
어느 빛도 그저 토해낼 뿐이어서
그렇게 흰머리가 된다고
<2>
그러하면 폐(閉)한 초(楚)나라의 국경에서, 온 하루만에, 머리가 온통, 눈썹까지 하얗게 새어버렸다던, 오자서가 삼켜낸 울음은 어떤 것이냐, 얼마나 어마무지한 것이냐, 무디고 둔하게만 살던 내게도 언뜻 흰머리가 돋아 있다,
옳지, 그 때의 울음인가,
옳아, 저번의 그 설움이겠거니,
고작해서 가닥가닥 셀 수 있는 설움을 가진 인생(人生)은 얼마나 무딘 것인지
<3>
모두에게도 울음의 총량(總量)은 같다
아버지와 형을 모두 잃은 협객(俠客)에게도
먼 동이의 땅에서 나고 자란 필부(匹夫)와 범인(凡人)에게도
견뎌야 하는 울음의 무게는 같다
그리하여 울음은 누구의 머리도 하얗게 울음으로 채우고 마는 것이다
눈이 그렇듯 비가 그렇듯
울음 또한
하늘이 내리시는 모든 것이 그렇듯 누구도 가리지 아니 하는 것이다
놀다 지친 손주를 배에 얹어 놓고 주무시는 내 아버지의 머리를 보아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