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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그리움에 눈이 멀었을 때

by 엽서시

눈이 멀고 나서야

그리움에 눈이 멀고 나서야

네가 더 많이 보였다


포장마차의 떡볶이, 그 위로 허옇게 퍼지는 김,

단풍이 낙엽이 되고, 시간만큼 색을 잃고,

그러더니 어느 날 마른 채로 한 구석에 쌓인 것을 볼 때,


네가 보였다


너와 걸었던 길을 걸을 때,

너와 걷지 않았던(그러나 걸었어야 했던) 길을 걸을 때,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쑥 나서는데

그 무늬가 낯이 익을 때(너와 전화를 할 때 보았던 그 녀석일까)


네가 보였다


혼자 울던 너의 울음도 보였다

감은 눈 너머로 가느다랗게 네 울음이 들렸다


그리움에 눈이 멀고 났을 때

눈을 감아도 네가 보였다

두 손으로 가려도 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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