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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해류(海流)

by 엽서시

이를테면 뉴스를 볼 때

나는 해류(海流) 같은 것을 느낀다

정치인이나 그 부류,

그러니까 대통령의, 또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의

주름살이 일렁이며 말들이 쏟아져 나올 때


물밀듯 몰린 말들이 어느 하나의 결론도 없이 또 모이고 또 한 곳으로 빠지고

그러나 이 세상이 그러한 말들 위에 뿌리 없이 떠다니고 있음을 알 때


한 줌 햇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

시퍼런 물길이 내 등을 우악스러이 떠다미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멸치나 밴댕이, 청어나 전갱이

정어리, 개숭어, 동갈방어와 참치들이

뜬 눈으로 악착같이 살아가도

결국 어디론가 해류에 떠밀려가듯이


아침마다 출근하고 저녁마다 퇴근할 뿐이지만

그뿐이다

연이은 출근과 퇴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 채


차라리 집어등(集魚燈)이나 미끼 같은 것이라도 보였으면

이 끝이 보인다면


가끔은 차라리

두 돈 반 트럭 뒤에 실려

소총에 기대 졸던 시절을 생각하기도 한다

돼지처럼 실려 목적지를 모른 채

그래도 그때는 졸 수라도 있었지

지금은 그러나 눈을 떠야 한다

풀치나 밀치, 강도다리와

서대, 박대, 물곰치들이 그러하듯이


가끔은

내 지느러미로 자아낼 수 있는 물살은

얼마나 간지러운 것인지

공연히 한두 번 휘저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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