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거리에 가지들이 쌓인다 더미로 쌓인다
가지 더미들은 집처럼 둥지처럼 털뭉치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전부 버려진 것들이고 태워질 것들이다
나무들은 끝마디를 잘린 손가락 같은 모양을 하고서
무심한 표정을 하고서 서 있다
생각해 보면 저들이 봄부터 키워온 것들이 저렇게 무참히 잘린 것이다
저들의 1년간의 성장과 보람은 매년 겨울 저렇게 잘려 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 봄에 나무가 가지를 낼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지를 내고 잎을 피우는 일은 나무의 도전이다
매번 봄이 찾아올 때마다
나무는
몸에 닿는 철제 사다리의 녹슨 차거움과
전기톱과 전지가위를 생각하며 가지를 낸다
하늘이 나무를 내일 때, 하늘과 그러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것은 나무의
도전이고 싸움이다
겨울마다 나무는 지는듯싶다가도
봄이 오면 나무는 매번 승리한다
밑동을 베어내도 나무는 웃는다
그루터기에 아니면 그 옆에라도 움은 돋는다
겨울이 인간이 쇠붙이들이 쩔꺽대며 지나가는 사이로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