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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주공아파트에 뜬 달

by 엽서시

달이 주공아파트 지붕에 앉았다

휴대전화를 꺼내서 찍어본다

그러나 담기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네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

내가 가난함에 담기지 않는 것들아

아름다워라 어여뻐라


하여 떠나간 당신도 그랬지

당신이 떠나가고 나는 또다시

당신의 어여쁨을 알았네


달은 아파트 너머로 사라졌다

당신도 그랬던가

사람들의 어깨 너머너머로 떠나갔던 당신도

저 달처럼

아름답거라 어여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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