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세상의 등식

by 엽서시

늙은 고양이는 참치캔 모서리의 기름을 핥고 있다

낡은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늙은 고양이의 식사를 본다

세상의 등식은 잔인하다

등호의 왼편에 늙었다는 것이 놓이면

등호의 오른편에는 약하다는 것이 놓인다

까치 한 마리가 저만치서 늙은 고양이의 먹이를 흘금거린다

세상은 공짜 저녁을 내리신 후에는

저렇게 하나의 적을 내려보내는 것이다

나는 늙은 고양이가 식사를 하는 것을 지키고 있는다

늙은 고양이의 얇은 등가죽이 헐떡인다

그 등가죽 아래에도 등식이 있어

참치캔의 기름은 고양이에게 그만큼의 살이 될 것이다

까치가 못마땅한 듯 ㄲㅏㅅㄲㅏㅅ-마른 기침을 토하고 날아오른다

세상은 이렇게 식탁 맞은편의 동무 하나를 내리고

또 저렇게 하나의 적을 거두어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세상의 등식이 이러하다

이 둥근 별의 왼편에는 이렇게 나와 늙은 고양이가 있으니

저 오른편에는

낡은 사내가 식사를 하는 것을

벤치에 웅크리고 앉은 늙은 고양이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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