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이른 달팽이의 이야기
공주가 말했다.
“일찍이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이야기다. 내게 바치는 너의 선물 역시 과연 내가 본 적 없는 것인지 보겠다.”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공주에게 달팽이 껍질을 바쳤다. 공주는 손가락으로 부수기에는 단단하지만 내던지기엔 너무 연약한 그 달팽이 껍질을 받았다.
공주가 말했다.
“단지 달팽이 껍질에 지나지 않는가. 이런 것은 궁전의 뜰에도 많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찍이 아무도 받은 적 없는 선물입니다. 이 껍질은 바다의 껍질입니다. 저는 이 것을 인도를 가기 전의 어느 해안가에서 주웠습니다. 공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이 달팽이 껍질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공주님께서도 이 달팽이 껍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공주는 이 달팽이 껍질이 정말 바다에서 가져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공주는 이미 그가 자신의 궁에 들어서면서 뜰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것을 테라스 너머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공주가 일찍이 받아 본 적 없는 선물임은 분명했다. 그래서 공주는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공주의 허락을 들은 그는 다시 한 번 공주에게 절을 올리고 바다에 이른 달팽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다에 이른 달팽이의 이야기
옛날 한 독실한 술탄의 뜰에 달팽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술탄은 매일 기도시간이 되면 뜰에 양탄자를 펴고 절을 한 뒤, 경전을 읊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달팽이도 날마다 선지자 마호메트가 전하는 알라의 뜻을 조금씩 귀담아듣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그만 미물의 몸에 마침내 가득 찬 알라의 뜻은, 이 미물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바라듯 이 달팽이도 신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신의 발치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 달팽이는 술탄의 뜰에 있는 모든 것에게 알라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땅에서 건너온 호랑이와 공작, 지니가 지배하는 이집트 남쪽의 사하라 땅에서 건너온 사자, 더운 물에서 잡혀온 악어, 궁전 뜰을 뒤덮은 장미와 나팔꽃, 중국에서 건너온 수국과 그 밖에 수많은 새들과 짐승들에게 말입니다.
그러던 중 이 작은 짐승은 물새가 전해주는 바다의 이야기에 숨이 막히고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이 물새가 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뜰의 작은 짐승아. 너는 그 분이 허락하신 정원에서 이슬에 적셔진 풀잎을 갉아먹고 그늘이 드리워진 아래에서 그 분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것에 만족한다. 그렇지만 어찌 방안에 있는 아이가 세상의 위대함을 알 것이며, 새장의 새가 하늘의 푸름을 알 수 있겠느냐. 내가 있던 곳은 바다로, 그 곳은 짠물이 가득 찬 바구니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짠물은 가도 가도 끝이 없으며, 그 짠물 안에는 알라께서 허락하신 온갖 생명들이 춤을 추며 그분을 찬미한다. 그 곳의 근처에만 가도 나는 그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며 그분이 허락하신 것을 먹고 그분이 허락하신 동안 날개를 펼치며 그분을 위해 노래드렸다. 그러나 어느 날 허기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들의 항구에서 죽은 생선을 훔치려다가 이렇게 잡히게 됐구나. 다시 한 번 그곳에서 그분을 뵐 수 있다면 그대로 거꾸러져 바다에서 잠든 다 하더라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오, 공주님께서는 물새의 거만한 말을 노여워 마십시오. 본디 높이 나는 새들은 그만큼 거만한 법입니다. 그러나 달팽이는 새의 거만함에 노여워하기는커녕 새가 눈에 선하도록 그려낸 바다를 선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달팽이는 자신의 작은 등에 짐을 잔뜩 동여매고 바다로 떠났습니다. 이 작은 짐승이 기특한 것은 그 고진 여행길에도 매일 꼬박꼬박 기도를 잊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고운 모래 길도 달팽이에게는 뜨거운 자갈밭이었으며, 풀잎이 깔린 부드러운 길도 달팽이에게는 덤불이 우거진 오솔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니 뜨겁게 달구어진 자갈밭과 황무지를, 강도들이 득실대는 사막과 식인귀들이 호시탐탐 여행자의 살을 노리는 대로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마침내 이 달팽이는 소금기가 가득한 공기를 따라 바다에 도착한 것입니다.
귀를 울리는 파도소리와 소금냄새는 분명 물새가 말한 그곳이 확실했습니다. 달팽이는 눈물을 흘리며 알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응답을 듣기 위해 두 눈을 쭉 빼는 그 순간,
파도가 덮쳐 달팽이의 연한 살을 녹여버렸습니다.
공주님께서는 파도의 무정함을 탓하시렵니까. 그렇지만 달팽이는 자신의 살을 바다에 녹임으로써 바다가 된 것입니다. 뜰의 풀을 뜯는 것에 만족하던 작은 달팽이는 지금 이순간도 바다 속에서 함께 출렁이며 그분의 자애로움을 소리 높여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새가 얻은 축복에 비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 달팽이 껍질은 바다의 껍질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