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을 위한 이야기(4)
영원히 하늘을 나는 물고기의 이야기
공주가 말하였다.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공주님께서는 아직 달팽이가 바다가 되고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떠돌이가 공주를 얻는 이야기에 익숙하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자 공주가 발끈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 나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들은 적 있다. 나의 스승이 말하기를 인도의 앞에는 소금물이 마치 초원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이를 바다라 부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다에는 수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사는데 이 물고기들 중 무지개의 비늘을 단 물고기들이 간혹 하늘을 나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
“공주님께서는 지극히 지혜로우시며 현명하십니다. 공주님의 지혜는 공주님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노래와 함께 초원을 한없이 떠나 바다에까지 이른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는 공주님의 명성과 헤어진 공주님의 지혜가 돌아와 자신이 듣고 본 모든 것을 공주님께 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는 이야기는 그와 다릅니다. 공주님께서 말씀하신 물고기는 날치라는 물고기입니다. 그 물고기들은 뱃전을 스치며 하늘을 날지만 다시 바다에 들어가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치 위대한 독수리와 같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여 다시 내려앉는 일이 없었던 한 물고기의 일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타타르들은 이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신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공주가 말하였다.
“너의 이야기야말로 허무맹랑한 날개를 달고 땅에 내려앉는 일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고기와 같다.”
공주의 말을 들은 그는 다시 한 번 공주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공주에게 허락을 받고 영원히 하늘을 나는 물고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원히 하늘을 나는 물고기의 이야기
"여행자는 자신이 정말 ‘신’을 두고 갔으며, 그 신이 정말 하늘로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주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인도의 앞에는 더운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곳의 바다가 더운 이유는, 그곳이 태양과 가깝기 때문이며, 또한 그곳의 지각이 지옥의 유황불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곳에 사는 소를 믿는 이교도들은 비록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태양을 본 적 없다 할지라도 새카맣게 탄 얼굴빛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곳의 바다에는 현란한 색깔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열기로 익어버린 땅의 과실과 꽃이 얼어붙은 땅의 덤불보다 더욱 아름답고 현란한 것처럼 바다안의 일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그 바다 안에 사는 물고기들은 물새들을 피해 낮에는 바다 밑에 숨어 있었지만 밤이 되면 물가로 올라와 달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한 물고기는 자신도 물새처럼 하늘을 날기를 바랐습니다.
그 물고기는 그 이후로 알라에게 자신의 소원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꾸란의 글자 하나 알지 못하는 이 어리석은 생선은 그렇지만 사람들을 흉내 내서라도 알라께 기도한다면 그분께서 자신의 기도를 꼭 들어주시기를 바랐던 모양입니다. 하루에 네 번 탑에서 알리는 소리를 듣고, 세상의 모든 신실한 무슬림들이 메카로 절을 할 때, 이 생선도 메카로 그 둔한 머리를 향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공주님의 얼굴에도 더없는 미소가 깃들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날 물고기는 기도소리를 듣기 위해 지나치게 물가에 가까이 다가갔던 탓인지 어부의 그물에 잡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생선은 소금에 절여져 유럽의 이교도들에게 팔려버렸습니다. 절인 생선은 생선장수의 항아리에 담긴 채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여행자가 이 생선장수에게 절인 생선들을 사게 되었지요. 이 물고기도 그 절인 생선들 중 하나로 팔려갔던 것입니다.
이 여행자는 타타르와 페르시아를 오가며 옥으로 만든 페르시아의 장신구와 타타르들의 모피를 교환하며 그 차익으로 먹고살아갔습니다. 이번에도 다마스쿠스에서 만든 단단한 바늘과 호박석과 터키옥을 다듬어 만든 반지와 치렁치렁한 목걸이들을 보따리에 잔뜩 이고 타타르의 땅으로 향하는 도중이었습니다. 여행자가 어느 친절한 타타르의 마을에 묵고 있을 때였습니다. 타타르들은 소박하게도 여행자가 가진 보석보다는 바늘에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가난한 이교도들이 가진 모피란 이 바늘 값을 대기에도 모자랐기에, 여행자는 이 타타르들의 땅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북쪽 땅에서 내려온 검은 개 가죽을 뒤집어 쓴 키타이 도적 떼가 타타르를 덮친 것이었습니다. 타타르의 전사들은 재빨리 칼과 활을 꺼내어 들고 도적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키타이들의 급습이 예상외로 강하고 치밀하자 촌장은 자신들과 키타이 사이의 오랜 원한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이 여행자에게 달아날 것을 충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자는 타타르들이 골라 준 날쌘 말을 타고 달아났습니다. 여행자는 호박반지와 바들, 그리고 타타르들에게 받은 모피는 챙겼지만, 생선단지를 챙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절인 생선단지는 거의 다 먹어버린 터라 그 바닥에 한 마리의 생선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생선이 물론, 알라에게 자신이 날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그 생선이었음은 틀림없었습니다. 힘겨운 싸움 끝에 키타이 도적 떼를 해치운 타타르들은 여행자가 놓고 간 이 조그만 단지에서 생선을 찾아냈습니다. 바다가 없는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은 이 짐승의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털 대신 비늘이, 다리 대신 지느러미가 달린 짐승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늙고 고명한 주술사를 불러 이 알 수 없는 짐승의 정체를 물어보았습니다.
주술사는 자신도 처음 보는 이 짐승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이교도 주술에 걸맞는 짐승이라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마침내 이 절인 생선은 타타르의 땅에서 주술사의 천막 한가운데의 잘 닦인 향나무 상자 안에 몸을 누이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 여행자는 지난 날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 준 이 타타르 부족을 다시 만났습니다. 타타르들은 다시 만난 이를 더욱 귀하게 여기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행자는 타타르들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양고기와 마유주와 함께 지난 추억을 회상하던 이 여행자는 이 타타르들에게서 자신이 두고 간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타타르들은 여행자가 ‘신’을 자신들의 땅에 두고 간 것에 대해 고마워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자는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준 항아리와 그들의 묘사를 들은 여행자는 그것이 단지 절인 생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자는 웃으며 타타르들의 믿음과 자신에 대한 걱정은 단지 작은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타타르들은 여행자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이미 세상을 떠난 주술사가 거짓말을 했으리라고 그들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타타르들은 여행자의 목에 칼을 겨누고 을러대기까지 했습니다. 젊은 타타르들은 신을 모독한 여행자의 목을 베어 주술사의 신성한 돌무덤 앞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떠들어댔습니다. 죽을 위기에 놓인 여행자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짐에 있는 생선절임과 타타르들의 신을 감히 비교해 볼 것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타타르들은 여행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짐 보따리에서 항아리를 꺼내 타타르들에게 절인 생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항아리 속 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타타르들은 없었습니다. 여행자의 간곡한 바람과 간절한 설득 끝에 타타르들은 여행자의 생선에 감히 자신들의 신을 비교하기 위해서 주술사의 천막에서 향나무 상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향나무 상자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나머지 그 절인 생선은 벌레와 습기로 인해 다 삭아버렸던 것이었습니다. 타타르들은 자신의 신이 이 여행자의 모욕을 듣고 너무 분한 나머지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날아가 버렸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자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증거에 그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타타르들 앞에서 결국 그 역시 자신의 무례 때문에 그들의 신이 날아가 버린 사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타르들의 구부러진 칼에 목이 날아가는 순간, 어쩌면 여행자는 자신이 두고 간 것이 어쩌면 ‘신’일지도 모른다고, 그 신이 정말 하늘로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이교도스러운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