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왕자에게 바치는 고귀한 왕자의 선물 이야기
공주가 말하였다.
“삭아 없어져버린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갔다고 할 수 있는가.”
“지혜로우신 공주님이시여. 나는 것과 뛰는 것은 모두 허공을 가르는 일이라는 점에서 본질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허공을 가르는 그 얼마의 시간에 잣대를 두어 누구는 하늘을 날고 누구는 고작 땅에서 뛸 뿐이라고 말하는 것뿐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날건 뛰건 다시 알라께서 당신의 피조물을 위해 만드신 육중한 대지에 발을 대기 마련입니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다시 나무위에 내려앉고 거대한 물새도 다시 바다에 내려앉습니다. 허나 타타르들의 물고기는 알라께서 주신 물고기의 틀을 벗고 향나무 상자를 깨고 떠나갔습니다. 이 물고기가 다시 땅에 내려앉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물고기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날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공주가 말하였다.
“네 또 다른 선물은 무엇이냐.”
그러자 그가 무릎으로 기어와 공주에게 제비꽃 한 송이를 바쳤다. 공주는 자신의 뜰에서 뜯어온 이 제비꽃의 줄기에서 물방울이 아직 마르지 않았음을 보았다. 그는 공주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공주에게 바빌론에서 전해지는 고귀한 아랍의 왕자가 바빌론의 아름다운 공주에게 바친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공주에게 바치는 고귀한 왕자의 선물 이야기
예전 바빌론의 왕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그 딸의 이름은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저는 베네치아 골목의 어느 거리에서 그 딸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님께서는 용서하여 주십시오. 물론 공주님의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 없는 시든 솔잎과도 같지만, 그럼에도 그 딸의 초상화는 뭇 남자들의 가슴을 앗아가기엔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초상화를 건 주인이 말하기를, 이 초상화는 그 여인의 아름다움을 채 10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딸이 다 자랐을 무렵, 왕의 관저가 구혼자로 가득 찬 것은 공주님께서도 예상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 중 아랍에서 온 한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잘 그을린 갈색 피부에 희랍신화에나 나올 법한 고수머리를 가진 미남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투르크 술탄의 다섯 번째 왕자로, 술탄의 후계자는 아니었지만 대신 뛰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슬기만으로 서역과 중계무역을 벌여 동방에 나라를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번 부자였습니다.
바빌론의 왕은 이 왕자가 가지고 온 엄청난 지참금과 그의 용모를 보고 그에게 딸을 주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왕의 아름다운 딸은 이 왕자의 구혼을 거절했습니다. 안달이 난 왕자에게 딸은 말했습니다.
“당신의 부가 아무리 두껍고 당신의 보물이 아무리 찬란하다지만 그것은 시간의 앞에서는 먼지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이교의 신과 같지만 그것 역시 시간의 앞에서는 먼지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지금 당신 또한 저의 용모에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 하지만 시간은 제 용모 역시 먼지처럼 흩뜨려 놓을 것입니다. 전 외모와 부의 부질없음을 알기에 당신에게 부탁드립니다. 제게 영원히 남을 선물을 가져다주십시오. 제 마음에 가득한 이 허무함을 당신이 꺼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하여 왕자는 바빌론의 궁을 떠났습니다. 왕자는 흑해와 유럽의 거친 땅, 악마가 갈기갈기 찢어 놓은 듯한 험한 산맥까지, 총독의 아름다운 딸이 말한 그 ‘영원히 남을 선물’을 찾기 위해 찾아다녔습니다.
세 번의 봄과 세 번의 가을이 아침의 연기처럼 지난 어느 날,
바빌론 왕의 아름다운 딸은 자신의 뜰 앞에서 허름한 차림의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딸은 그가 바로 삼년 전 자신을 위해 영원히 남을 선물을 찾아 떠난 그 왕자임을 알았습니다. 왕자는 정문이 아니라 기둥을 타고 올라 발코니로 직접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놀란 아름다운 딸에게 왕자는 방금 궁전의 뜰에서 고르고 고른 제비꽃 한 송이를 바쳤습니다.
딸이 얼마나 놀랐을지 가늠해 보십시오.
그렇지만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왕자는 다시 발코니를 내려가 총독의 관저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세 번의 봄과 세 번의 가을이 저녁의 연기처럼 사라지자,
바빌론의 땅에는 큰 전쟁의 기운이 깃들었고, 바빌론의 그 작은 왕국도 노인의 기침처럼 멸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야만인과 이교도들이 바빌론의 거리와 궁전에 불을 놓았습니다. 왕족들이 모두 죽고 사람들은 도시를 떠났습니다.
아마 그 후로 삼십 번의 봄과 삼십 번의 가을이 지났을 것입니다. 다시 바빌론에 찾아든 사람들 이 동화 속 아름다운 공주의 작은 무덤에 제비꽃이 무성하게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바빌론 땅의 무너진 궁전 옆에 그 작고 초라한 무덤에는 결코 초라하지 않은 제비꽃들이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난다고, 궁전을 지키는 늙은이가 제게 말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