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을 위한 이야기(6)
한 그물에 잡힌 다람쥐와 물새의 이야기
그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궁전의 안쪽에서 하인이 다가와 공주에게 한 그물에 잡힌 다람쥐와 물새를 바쳤다. 하인은 웬 중국인 농부가 이것을 바쳤으며,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들을 한 그물로 잡았으니 이는 있을 수 없는 것에 미치는 칸의 덕을 말하는 것이어서 킨에게 바친다는 농부의 말을 전했다. 공주는 그 것을 받고 칸의 덕에 감사한 후, 궁중 요리사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그때 그가 공주에게 허락을 받고 일어나 그 것들을 살펴보았다. 마치 그 짐승들과 이야기를 나누듯이 한참의 시간을 보낸 그는 다시 돌아와 다시 한 번 공주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공주에게 허락을 받고 한 그물에 잡힌 다람쥐와 물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그물에 잡힌 다람쥐와 물새의 이야기
"아아, 고백이란 얼마나 지독하면서도 달콤한 순간인지요." “갈대숲이 우거진 강 위로 떡갈나무가 궁전처럼 우뚝 자리 잡은 언덕이 있습니다. 황제의 궁처럼 이 떡갈나무는 언덕 전체에 자신의 가지를 드리우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이 아름답던 나무도 늙고 늙어 어느덧 가지 몇 개에만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듯 초라한 열매가 맺히곤 했습니다.
그 나무에 다람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작고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오팔처럼 반짝거렸으며 귀여운 몸에는 뚜렷한 줄무늬가 앙증맞음을 더했습니다. 게다가 풍성한 꼬리털은 어찌나 숱이 많았던지, 그 나무에 찾아드는 까치들마저 그 다람쥐의 아름다움을 시기하며 재잘거리곤 했습니다.
어느 날, 달마저 얼굴을 감춘 그믐밤에 이 다람쥐는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간 떡갈나무 열매를 찾아 갈대숲까지 종종걸음을 치고 말았습니다. 다람쥐가 떡갈나무 열매를 집어 드는 순간 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람쥐는 대단히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그 목소리의 무례에 대해 따졌습니다. 그러자 뜻밖에 그 목소리는 다람쥐에게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갑자기 굴러온 떡갈나무 열매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자신의 잠을 깨운 것인지 설명했습니다. 다람쥐는 그 친절한 설명과 말솜씨에 마음이 끌린 나머지 그 목소리에게 자신이 언덕 위의 떡갈나무에서 그 열매를 찾아 왔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아, 당신은 바로 언덕 위의 그 아름다운 나무에서 온 것인가요? 저는 이 물가에 살면서 항상 그곳을 가보기를 꿈꿨지요. 그렇지만 언제나 이 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하는 일이 바쁜 나머지 가보지는 못했답니다. 그저 오후가 지나 그곳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떡갈나무 향기를 맡으며, 그곳에 사는 이는 얼마나 알라의 축복을 받은 이일까 생각하곤 했지요.”
이 난데없는 찬사에 다람쥐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자신이 고작 다람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기 부끄러웠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람쥐는 거짓말을 내뱉었습니다.
“알라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분께서는 제게 창공을 허락하신 은혜와 더불어 언덕 위의 저 아름다운 참나무에 사는 은혜까지 베풀어주셨습니다. 저는 아침에 떡갈나무에서 도약하여 사냥을 하고, 저녁에 사냥을 마치고 떡갈나무에 내려앉는 순간까지 그분의 은총에 깃들어 사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이 아름다운 갈대숲과 흐르는 시냇물의 아름다움을 볼 때마다 항상 그분께서 제게 주신 은혜를 불평할 때도 있답니다. 그분께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말입니다. 나무에서 이곳으로 드리워진 가지에 걸터앉아 이 냇물의 아름다움을 보며 그 분과 이 곳에 사는 이들을 찬양한 적도 많았지요.”
사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강가에 사는 오리였습니다. 오리는 다람쥐의 거짓말을 믿고 다람쥐가 독수리인줄로 착각하였습니다. 당연 도망가야 했지만, 오리는 칠흑 같은 어둠과 그리고 예상외로 독수리의 목소리가 아름답고 상냥하며 또한 그 표현이 부드럽고 친절한 것에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자신의 생명이 위험할 것을 염려한 오리 역시 거짓말을 해 버렸습니다.
“알라께서 허락하신 창공의 지배자이신 독수리여. 그대의 칭찬이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저 역시 고작 이 갈대밭의 주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대가 가진 드넓은 창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 시냇물의 푸름을 어디 알라의 궁전이 있는 하늘의 푸름에 빗댈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오리마저 자신이 악어라고 거짓말을 해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둘은 서로의 상냥함과 부드러움에 놀라면서-다람쥐와 오리 둘 다 악어와 독수리가 이렇게나 상대에게 친절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동시에 서로에게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매 달, 달이 뜨지 않는 그믐밤이면 그 둘은 갈대밭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 둘은 서로의 모습을 궁금해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믐밤이 아닌 시간에 만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였으며, 또한 그렇게도 당당한 상대에게 자신의 거짓말과 초라함을 들키는 것이 창피하였기 때문에 그 둘은 다른 약속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그믐밤, 갈대숲에서 오리를 기다린 다람쥐는 새벽이 되도록 오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새벽이 되어 해가 뜨려 하자 다람쥐는 소스라치게 놀라 언덕 위로 달음박질을 치려했습니다. 그때 갈대숲 어디에서 끓는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독수리님, 독수리님, 만일 당신이 아직까지 그곳에 계신다면, 그리고 갈대숲의 주인인 악어와의 우정을 기억하시고 내 목소리를 기억한다면 부디 날갯짓을 멈추어주십시오. 나는 사실 오리입니다. 나는 이 갈대숲의 주인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단지 그 운명의 그믐밤, 알라의 뜻대로 그대를 만났지만 악마의 뜻으로 그대에게 거짓말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 내가 받는 고통이 당신에게 한 거짓말의 대가라 하더라도 난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독수리님, 알아주십시오. 난 어제 낮, 어부가 친 덫에 걸려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 당신과의 만남에 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난 어제 밤에도 당신이 나를 보기 위해 내려왔음을 알았고 지금도 갈대숲 어딘가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 해가 밝아 어부가 와 그물을 거두면 내 목숨도 거두어 갈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당신께서 내 우정의 선물과 배신의 선물로 제 목숨을 거두어 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아, 고백이란 얼마나 지독하면서도 달콤한 순간인지요. 이제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다람쥐는 놀랐습니다. 다람쥐는 오리에게 화를 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갈대숲을 뒤진 다람쥐는 곧 덫에 걸린 오리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리는 다람쥐에게 화를 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둘은 서로의 우정과 배신의 대가로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를 바랐습니다. 마침내 어부는 덫을 보았고, 자신이 강가에서 거둔 이 괴상한 수확물을 땅의 지배자이신 카간에게 바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