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을 위한 이야기(7)
고양이를 사랑한 거북이의 이야기
이야기를 마친 그는 공주의 허락을 받고 일어나 주머니의 칼로 그물을 찢었다. 그러자 오리와 다람쥐는 궁전의 뜰로 달아났다. 그것들이 모두 달아나고 나자 공주가 이야기 했다.
“너는 내게 달팽이 껍질과 제비꽃 따위를 바치더니 이제 아버지 카간께서 내게 하사하신 물건마저 내 뜰에 풀어놓는구나.”
“모두 공주님의 뜻입니다.”
공주가 말하였다.
“네가 바친 것들은 네 이야기 속에서는 귀중한 것이라 하나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모두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공주가 말하였다.
“너는 빈털터리나 다름없다. 너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떠돌이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감히 내게 구혼을 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공주님께서는 제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말씀하셨습니다. 알라가 만든 피조물 중에서 으뜸으로 아름다우신 공주님께서는 이 땅의 지배자이신 카간의 궁전에서 무수한 보물을 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태양마저 흠모할 공주님의 외모에 반한 숱한 구혼자들이 가져온 선물을 보았고 그들이 자신의 재산과 영지에 대해 늘어놓는 자랑을 귀가 아프도록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바치는 그 모든 선물이 바라는 대가를 공주님께서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선물들이 바라는 공주님의, 샛별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그 머리카락과 달의 노래보다 아름다운 공주님의 목소리는 그들이 바치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들의 선물이 아무리 커 보인다 한들 그것이 원하는 것에 비하면 결국 그들은 지렁이를 미끼로 고래를 낚으려는 어리석은 노인과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도 결국 공주님께 비하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달팽이 껍질이나 제비꽃과 다를 바 없는 선물입니다.
이제 제가 공주님께 바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올릴까 합니다. 다만 이미 이야기로 지치신 공주님의 작고 예쁜 귀가 지루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는 다시 한 번 공주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공주에게 허락을 받고 가장 고귀하고 헌신적인 사랑의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양이를 사랑한 거북이의 이야기
"알라께서는 거북이를 평생 바다 속에 살게 하셨습니다." 알라께서 당신의 피조물을 만드실 때 그분은 당신의 현명하심으로, 당신의 피조물들이 자신의 생김새를 선택하도록 하셨습니다. 다만 그분께서는 우리 인간을 사랑하신고로 우리의 형상만은 그분께서 직접 진흙을 빚어 구우셨습니다.
인도의 호랑이는 알라의 말씀을 자신 나름의 글씨로 가죽에 새기기를 바랐습니다.
코끼리는 알라의 뜻이 크고 그분의 세상이 풍족하심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몸뚱이와 밥통이 거대하기를 바랐습니다.
사자는 당신의 거룩하신 은총이 수없이 많은 것이 사자 자신의 갈기 하나하나에 맺혀있기를 바랐습니다.
귀뚜라미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몸에도 당신의 아름다움이 깃들어있음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노래에 걸맞지 않은 몸뚱이를 갖기를 바랐습니다.
아아, 나의 공주님. 공주님은 쥐며느리라는 벌레를 보신 일이 없으시겠지요. 그러나 그 작은 벌레마저 알라께서 만드신 하늘이 둥글고 땅이 편평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둥근 등과 편평한 배를 가졌습니다. 또한 알라의 자비가 끝이 없는 원처럼 끝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그 벌레는 어디서나 몸을 둥글게 구부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대한 짐승에서부터 보잘것없는 미물까지 당신께서 내려주신 재주를 받은 것입니다.
거북이라는 짐승은 등딱지에 알라께서 만드신 세상의 지도를 그려 넣었고, 모든 피조물들이 알라의 땅에서 숨을 수 있듯이, 그 자신도 등딱지로 몸을 숨기는 재주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몸에 알라가 창조한 대지와 대지의 자비로움을 간직한 이 거북이란 놈은 그래서 서두를 것 없이 언제나 느릿느릿, 그분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여유로움을 찬양하였습니다. 그것은 오직 알라께서 거북이에게 허락하신 행복이었으며 비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인간의 원죄에 의해 흩어졌습니다. 에덴동산이 흩어지면서 모든 짐승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들 모두는 이제 알라께서 주신 재주를 가지고 하루를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한 거북이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알라께서 여자와 가깝게 만든 피조물인 이 고양이는 발톱을 넣었다 빼었다 하는 재주 따위 없이 그저 인간들 곁에서 살아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것은 다른 집짐승과 마찬가지입니다. 보십시오. 소, 돼지, 개가 그러하듯 이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거북이는 고양이의 서툰 재주를 사랑했습니다. 고양이의 고운 털, 아름다운 눈망울, 우아한 자태와 애교, 목소리를 모두 사랑했습니다. 고양이도 이 거북이를 사랑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본디 고양이란 짐승은 제게 밥을 주는 사람에게도 제 마음을 쉽게 알리지 않는 법이지요.
마침내 어느 날 저녁놀이 고양이의 털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던 순간에 이 거북이는 알라께서 자신에게만 주신 비밀, 모가지와 팔다리를 등딱지에 넣었다 빼었다 하는 이 방법을 고양이에게 넌지시 일러준 것입니다.
이후로 고양이는 평소에는 둥근 발안에 발톱을 넣고 있다가 사냥 때만 날카롭게 벼려진 발톱을 꺼내었습니다. 덕분에 고양이는 발톱이 땅에 스치는 소리 없이 조용히 쥐의 뒤를 쫓을 수 있었습니다. 면도날처럼 단단히 벼리어진 발톱으로 비둘기의 가슴을 파헤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쥐와 비둘기는 반발했습니다. 이들의 불평이 천사의 귀에 이어지고 알라의 귀에까지 이르자 그분께서는 마침내 고양이와 거북이를 데려다 놓고 잘못을 따졌습니다. 알라는 거북이와 고양이 모주에게 벌을 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알라께서는 고양이에게 네 놈은 무엇을 가장 싫어하느냐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란 놈은 별로 벌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하기를 제 아무리 알라의 벌이 혹독하다 할지라도 이 땅의 모든 생물은 반드시 물을 마셔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니 이 것에 대해서는 알라께서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알라께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물이라고 대꾸했습니다. 알라께서는 고양이의 속셈을 알고 있으셨지만 그래도 고양이에게 앞으로 영영, 물을 싫어하는 벌을 내리셨습니다. 이후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게 되었고 몸에 물이 닿는 것조차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본적이 있으신지요. 몸에 물 한 방울 튀지 않도록 조심스레 혀끝으로 물을 튀기는 모습을 말입니다. 그런 고양이란 놈이 물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걸 보면 그 얕은 생각이 우습기까지 합니다.
고양이가 물러가고 알라께서는 이번에는 거북이에게 너는 무엇을 제일 싫어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거북이는 눈물을 흘리며 고양이가 싫어하는 것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라께서는 고양이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거북이를 물에 담그시며 평생 물에 살도록 하셨습니다.
거북이는 알라의 궁전을 나서며 더 이상 고양이를 보지 못한다는 슬픔에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알라의 궁전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거북이의 발은 노처럼 편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바다거북은 다른 거북이들과 다르게 바다에서 한 평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바다거북은 선원들이 말하듯 가끔 땅에 나와 고양이빛 노을을 보며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