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모일, 아침에 까치와 까마귀 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 부사가 무슨 일인지 살피게 하였다. 별채에 가보니, 처마 밑에 큰 수리부엉이(鴟)가 앉아 있었는데, 그 크기가 황구가 쭈그려 앉아 있는 것처럼 컸다. 그 부엉이를 둘러싸고 까치(鵲)와 까마귀(烏)들이 우짖고 있었다.
마을에 이런 일에 대해 잘 아는 늙은이가 있다 하여 사람을 보냈다. 지켜보니, 까치와 까마귀에 더불어 직박구리(鵯)와 참새(雀) 같은 뭇새들도 몰려드니 그 소란이 여간 심한 것이 아니었다. 마을의 늙은이가 와 답하기를,
“수리부엉이는 용맹한 새로, 밤눈이 밝아 밤에는 감히 송골매(鷹)도 두려워하지 않으나, 낮에는 그 눈이 어두워 숲의 응달에 숨어 낮을 지냅니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방심하여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일이 있으면, 이처럼 뭇새들이 이를 알고 소란을 피웁니다. 장대를 휘둘러 수리부엉이를 다시 숲으로 쫓아 보내면 될 일입니다.”
하였다. 내가 긴 장대를 들고 휘두르니, 수리부엉이는 마침내 몸을 일으켜 숲으로 사라졌다. 수리부엉이가 사라지니 뭇새들도 이내 사라져 소란이 멈추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어 정생(生)에게 말하기를,
“오늘 수리부엉이가 뭇새들에게 얻어맞는 것을 보니 기분이 심히 좋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정생이 웃으면서 묻기를,
“어째서 그렇던가?”
하여, 답하기를,
“수리부엉이는 크고 강한 새요, 뭇새들은 작고 약한 새입니다. 어린 날에는 작고 약한 것이 크고 강한 것을 쓰러트리면, 마치 내가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후련하고 마음이 통쾌하였는데, 오늘은 차라리 수리부엉이가 발톱을 들어 한 놈이라도 잡아 움켜쥐었으면, 하고 생각이 드니, 이상한 일입니다. 아마 내가 늙어 마음이 변한 것인지 모릅니다.”
하였다.
정생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의 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오. 사람들은 본디 약한 것을 응원하고 강한 것을 미워하며 싫어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밤의 수리부엉이는 크고 강한 새요, 뭇새들은 작고 약하나, 오늘 그대가 본 것은 한낮의 수리부엉이니, 눈이 보이지 않는 약한 새요, 뭇새들이 서로 모여 눈 먼 새를 쪼아대는 광경이니, 수리부엉이를 응원한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였다. 또 정생이 말하기를,
“예로부터 사람들은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니, 사람들이 소나무(松)와 대나무(竹)는 높이 여기지만 떡갈나무(櫟)와 상수리나무(橡)를 하찮게 여기는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나 대나무숲(竹林)에 가면 그 바닥에 누렇게 변한 댓가지가 그득하며, 소나무숲(松林)에 가면 색 변한 솔잎이 낙엽으로 그득하니, 실상(實狀)은 그러한 법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은 바뀌고 변하는 것이 더 쉬우며, 또한 그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할 일도 아닙니다. 애벌레가 자랄 때에는 나무의 잎을 먹고 나비가 되면 나무의 꽃을 좇는데, 이는 하늘이 명한 것이니 이를 두고 어찌 마음이 변한 것이라 욕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나비가 되어서도 애벌레의 마음으로 나무의 잎을 좇고 있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니 고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나무가 잎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사람도 마음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 갖추고 있는 뜻이 있는데, 이 뜻은 나무의 기둥과 같아 구부러뜨릴 수 없고, 꺾이면 부러져 다시 바로 서지 않습니다. 이 뜻이라는 놈은 생선의 가시가 살 안에 숨어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니 이것이 마음과 다른 점이요, 평소에는 뜻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여 뜻이 꺾여 자기 자신을 잃고 말았는데도, 자신은 그 변화를 모르고 세상에 허튼소리를 떠들어대니, 사람들이 혐오하는 무리가 이런 자들입니다. 우리가 다만 두려워고 경계할 것은 마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뜻이 변하여 마침내 자기 자신을 잃는 것입니다.”
하였다. 부사에게 일의 처리를 고하고 나오는 길에 생각하니 과연 그 뜻이 옳았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사람을 다스릴 만하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곧 군자라 하더라도 능히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군자는 마음을 수고롭게 하니 이는 자신이 세운 뜻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 뜻이 바로 선 자는 부귀에 음탕해지지 않고 빈천이 흔들지 못하며 위세나 무력으로도 굽힐 수 없다 하였으니 그 말씀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