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슴 안의 밭을 일궈야 한다,
그도 안된다면, 망막 뒤에 조각밭이라도 만들자.
목구멍 안 응달에라도 만들자.
꽃을 심어야 한다,
고들빼기, 씀바귀, 뽀리뱅이.
냉이꽃, 할미꽃, 돌나물꽃, 애기똥풀,
토끼풀, 괭이밥, 자운영들을,
저 밖에는 무더기로 자라는 저들이지만
우리는 심어야 한다, 심고 가꿔야 한다……
그 안에 꽃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그 눈에 맺히지 않는 것 같다.
안에 꽃밭이 있는 사람의 눈에는
저 화단의 사탕 껍질까지도 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일궈야 하는 밭은
화면 안에 있지 않다, 화면 안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우리가 갈아야 하는 밭은
워드와 엑셀로 갈 수 있지 않다.
밭을 일궈야 한다,
망막이 아니라면, 목구멍이 안된다면,
귓바퀴 안쪽에라도,
그도 안된다면 손톱 밑에라도, 발가락 사이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