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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가슴 안의 밭

by 엽서시

우리는 가슴 안의 밭을 일궈야 한다,

그도 안된다면, 망막 뒤에 조각밭이라도 만들자.

목구멍 안 응달에라도 만들자.


꽃을 심어야 한다,

고들빼기, 씀바귀, 뽀리뱅이.

냉이꽃, 할미꽃, 돌나물꽃, 애기똥풀,

토끼풀, 괭이밥, 자운영들을,

저 밖에는 무더기로 자라는 저들이지만

우리는 심어야 한다, 심고 가꿔야 한다……


그 안에 꽃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그 눈에 맺히지 않는 것 같다.

안에 꽃밭이 있는 사람의 눈에는

저 화단의 사탕 껍질까지도 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일궈야 하는 밭은

화면 안에 있지 않다, 화면 안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우리가 갈아야 하는 밭은

워드와 엑셀로 갈 수 있지 않다.


밭을 일궈야 한다,

망막이 아니라면, 목구멍이 안된다면,

귓바퀴 안쪽에라도,

그도 안된다면 손톱 밑에라도, 발가락 사이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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