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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바위

낡은 지도, 등산로 옆의 그 바위처럼

by 엽서시

하루는 맥주캔을 비우고

쓰러져 잤다, 셔츠도 걸어놓지 않은 채


자는 동안

한 번은 와-하고 소낙비처럼 밤비가 내렸고

밤비가 그치고 소쩍새가 울었다

흥흥, 아이가 웃음치듯 소쩍새가 울었다

밤비와 소쩍새 소리가 스며들어

자는 동안 나는 흥흥, 하고 웃었다


여러 번의 전생을

나는 무생물로 살았을 것이다

생물의 몸과 생물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일이다


낡은 지도에 그려진 등산로 옆 바위처럼

나는 그저 머무르는 중이다

내가 사랑했던 이들은 알 것이다

그대들이 떠나간 것도 그래서이겠지만…

그대들이 돌아볼 때

언제라도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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