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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바람

by 엽서시

바람은 볼 수 없다

눈을 감으면 바람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눈을 감아도, 열어도, 아니,

닫힌 가슴팍을 열어 빗장뼈를 빠개 열어도

바람은 볼 수 없다 바람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바람은 있다

이 살갗을 스치는 이것이 바람이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부르지 않아도 찾아와 혀를, 입천장을 말리는 이것이 바람이다

머리카락 터럭 한 낱도 그냥 떨어지게 두지 않는 이것이 바람이다

누구 하나 보지 않아도, 있는 줄도 몰라도 찾아와 어루만지는, 가장 가벼운, 보이지도 않는 이 무엇이 바람이다

그러다 가끔은 풍차의 날개를 돌리고, 파도를 밀어 배를 뒤집기도 하는 이것이 바람이다


너도 그렇다

닿지도 보이지도 않으면서,

도무지 나 혼자 떨어져 있게 두지 않는,

기필코 찾아오고 마는

볼 수 없고 부를 수도 없지마는

나를 밀고 뒤집는,

너도 분명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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