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내는 것은 꼬리만이 아니다 등뼈, 척추, 아니, 제 삶의 일부, 저의 일부……
그 무언가를 끊어내고 달아난 채 도마뱀은 살아가는 것이다
꼬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꼬리에 대한 미련은 나무 그루터기 어딘가에 감추어두고……
도마뱀은 살어간다, 기막힌 것은 꼬리와 다르게 미련과 후회는 질기게도 끊어지지를 않는다는 것
꼬리를 끊고 살어간다, 꼬리를 끊고도, 꼬리마저 끊고도 살어간다
살어가는 것이냐, 살어가는 것이 맞는 것이냐……
어쩐지 꼬리가 없는 엉덩이에 쩌릿쩌릿한 기분이 든다 꼬리를 끊어내고도 나는 살어간다
꼬리를 끊고도 점심밥의 맛은 똑같다 술맛도 똑같다 선선한 저녁에는 심지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너는 무엇에게서 달아난 것이냐
무엇에게서 달아나느라 꼬리까지 끊어버린 것이냐
너는 살어있는 것이냐
살어있는 것이 맞는 것이냐
도마뱀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나는 이 물음에게서도 달아나고 싶다 다시 한 번 꼬리를 끊어내고 달아나고픈 기분이다
꼬리가 없는 엉덩이가 다시 쩌릿쩌릿하게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