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어리석고 있다

by 엽서시

어리석고 있다,

나는, 어제, 오늘, 그리고 지금도……


어리석다라는, 투철한 현재진행의 의미를 넘어,

나는 어리석음에 더 깊이, 발꿈치, 아니, 무릎까지,

잠겨든다, 잠기고 있다……


어리석음도 무게가 있나보다,

내 안의 깊은 곳에 괴어,

어느새 만들어진 하나의 저수지(沼),


오며 가며 목을 축이듯,

언제든 나를 붙들어 매는,

……였을 걸, ……여야 했는데, ……였다면…

떠나간 것들, 주어가 누군지 상관치 않고 떠나간 것들…

잠이 싹 메말라 버린 검은 밤에,

손잡이에 기대야 하는 출근길,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또 그 어느 퇴근길…

나는 어리석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 어리석음에 지치고서야,

나를 어리석음에 붙들어 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무릎을 그러안고 있는 나.


그러나 아직은, 나는 나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어리석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직은… 한참… 그래,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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