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모질던 나도 나다
그때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것도 나다
그때의 나를 타이르고 싶은 것도 나다
한밤 비 떨어지는 소리에 문득 숨이 멎는 것도, 나다
후회란 이런 것이다
내가 여럿이 되는 것이다
여럿의 내가 여럿의 나를 감싼다
여럿의 나는 여럿의 나에게 떠묻힌다
양파처럼, 양파처럼……
나로 둘러싸인 채 나는 또 나를 파고든다
여럿의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두 거짓인가, 아니면 모두 진짜인가……
양파가 싹을 틔워 겹겹이 싸인 자신을 뚫어내는 동안,
양파 향기 주방에 자욱한 내내,
나는 무엇하나 뚫지도 틔우지도 못한 채,
그저 속으로 파고들기만 할 뿐이다
그때, 그렇게도 모질던 나…
그 속에, 그렇게나 무심하던 나…
그 속에, 돌이킬 수 없는 나…
그 속에 다시, 나…
내 안의, 다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