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역 근처에서 하늘을 나는 소를 본 일이 있다
정육(正肉) 창고의 핏빛 조명이 거리에도 스미어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흰 날개를 단 소들이 훨훨 날개를 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어느 날은 돼지가, 고등어들이, 때로는 손톱처럼 가는 멸치떼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것들이 보였다
때로는 하늘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그런 날의 하늘은 꼭 가슴이 들리도록 푸른 색이어서,
나는 넋의 빛깔은 푸른 색이구나, 생각하였다
쇠젓가락 끝에 묻은 기름을 볼 때마다,
어느 발굽 달린 것의 삼우제(三虞祭)를 생각해야 했다
바람은 젖니 돋은 아이들처럼, 뜀박질 멈출 줄 모르니, 오늘 하늘이 높은 까닭이다
모가지 꼿꼿이 들어 하늘 올려다볼 힘이 있는 것도 저들이 부조(扶助)해준 덕이다
하늘 보는 마음의 한 구석에 저릿저릿하게 응달이 젖어오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