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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세상이 수레와 같아서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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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누구는 빵을 먹어야 하니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기계 위에 흰 천을 덮었다.

꼭 샌드위치 포장지처럼.


사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흰 천을 덮고 멈춰있는, 저 하나의 기계마저 아쉽다 생각했을까.


세상은 수레와 같다,

수레와 같이 구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풀벌레가 앞다리를 들고 울부짖어도.


스크린도어에서 사람이 죽어도 열차는 간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사람이 죽어도 공장은 돌아간다,

철판이 쓰러져 사람이 깔려 죽어도 회사는 굴러간다,

가설계단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어도 건물은 올라간다,


그리고 누구는 열차를 타고, 공장에, 회사에 출근을 한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고, 빚을 갚기 위해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운다.

그렇게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글러가는,

모든 것에서 피비린내가 난다…

숨죽인 흐느낌이 들린다…

조등(弔燈)이 밝는다…


그러나 우리는 눈을 가린다, 귀를 닫는다, 코를 막는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굴러야 하니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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