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사랑한 것은 때로는 지독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화농 같은 기억들은 조금씩 자라 있었고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것들이 조금씩 자라는 만큼
나는 조금씩 주저앉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는 금이 가 있었고,
사금파리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면도를 할 때 자주 베었다.
얼굴에 번져가는 피를 보고서야 나는 상처를 알았다.
의사는 내게 얼마나 앓았냐고 물어보았는데,
내게는 그 말이 얼마나 알았냐는 물음으로 들었다.
나는 그를 얼마나 알았던가(아니면, 앓았던가).
기억 속의 그는 얼굴도 웃음도 바스러져 가는데
나는 가끔 내 말투에 아직 묻어있는 그를 본다.
그런 날이면 나는 또 어김없이 앓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