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기] 그를 사랑한 것은

by 엽서시

그를 사랑한 것은 때로는 지독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화농 같은 기억들은 조금씩 자라 있었고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것들이 조금씩 자라는 만큼

나는 조금씩 주저앉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는 금이 가 있었고,

사금파리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면도를 할 때 자주 베었다.

얼굴에 번져가는 피를 보고서야 나는 상처를 알았다.


의사는 내게 얼마나 앓았냐고 물어보았는데,

내게는 그 말이 얼마나 알았냐는 물음으로 들었다.

나는 그를 얼마나 알았던가(아니면, 앓았던가).


기억 속의 그는 얼굴도 웃음도 바스러져 가는데

나는 가끔 내 말투에 아직 묻어있는 그를 본다.

그런 날이면 나는 또 어김없이 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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