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시어인(勿施於人)

by 엽서시

나는 가끔 경악한다

나에게 악몽이던 자들에게도 하나 같이 가정이 있다는 것을


구름이 그 모습을 바꾸듯,

누구에게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하던 사람이,

현관 하나를 사이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싫은 술자리를 마치고

전철에 실려 돌아가는 길에는

사무치어온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도 누군가에게

악몽일 수 있다는 악몽이 된다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그라……

외고 외어도 족자 속의 말일 수밖에 없는,

물시어인(勿施於人)……

물시어인(勿施於人)……


어쩌면 이 서울이라는 도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만드는 악몽들이 쌓여 만든 무덤인지 모른다

서로 꼬리를 물고 뜯어대는 갈치들로 가득 찬 그물망인지 모른다


물시어인(勿施於人)……

물시어인(勿施於人)……

악몽을 쫒듯, 오늘따라 지랄맞게도 붐비는 전철 속에서 눈을 감고 외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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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시어인(勿施於人): 공자가 자공에게 말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의 한 구절로,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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