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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개기월식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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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구는 그림자로 달을 가리고,

붉게 변한 달은 다시 푸른 천왕성을 가린다고 한다.

오늘이 지나면 200년이 지나야 다시 돌아온다고,


우주의 것들은 어디 아득한 곳을 두고 돌고 있다,

그리하여 그 어떠한 우연도 아득한 시간 후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내가 떠나보낸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그대와 마주 앉아 깔깔거리고 웃던,

부푼 마음을 코트 안에 억지로 쑤셔 넣고 걷던,

집으로 돌아가던 그런 시간은,

200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지금도 나는 그때로부터

터벅터벅 멀어져가는 시간의 잔등 위,

고삐를 쥔 채 어디론가 떠나고 있을 뿐,

그대와 다시 만나는 일은

200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영영, 제자리로 돌아올 일 없는 것들,

어느 날은 그것들이 시커먼 천장에 박혀 반짝거린다.

나를 중심으로 그것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너희들끼리는 만나고 부딪치거라,

깔깔 웃기도 하여라.

설령 영영 내게 다시 오지는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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