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십여 리, 아니면 한 이십여 리,
펼쳐진 들판에 그대 하나 있다고 하여 보자.
그대 홀로 있다고 하여 보자.
어쩌다 마주친 꽃 한 송이가 얼마나 반가우랴,
그러다 마주친 손 있거든, 또 얼마나 눈물겨우랴.
출근길 전철에 갇혀 나는 이런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몸을 구겨 넣어야지, 서로 어깨를 밀쳐야지만,
아슬하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이 과밀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콩나물시루 같은, 아니 어쩌면, 진짜 콩나물시루인지 모른다,
서로 어깨를 밀치고, 몸을 구겨가며, 억척스레 키를 늘려보아도,
그렇지 않으냐, 결국 그 위에도 진짜 햇빛이란 없는데,
또, 보아라,
누구 하나 허리를 뻗다가 결국 시들어도, 슬퍼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서러워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보이는 빈틈은 내가 차지할 가능성이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
이것은 어마어마한 위험이다,
어쩌면, 과밀이 우리를 집어삼키기 위한 계략이다,
서울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경쟁이라는 탈을 덮어쓰고,
성장이라는 옷 안에서,
과밀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 호시탐탐(虎視眈眈) 웃음을 띠고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