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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제망매가(祭亡妹歌)

by 엽서시

내딛는 발짝마다

살고 죽는 일이 갈리는구나……


오랜 일이다

신라 옛적부터 있어 왔던 길……


오늘 나는 떠납니다,

안녕히 계시어요, 말 남기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있으랴……

있으랴마는……

(어찌 그렇게 간단 말인가)


올해는 또 가을이 이르게 찾아와

채 단풍도 들지 않은 나뭇잎이 떨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저렇게들 떨어지는구나……


(가지에 남아 있는 이파리가 파르르 떤다)


모이는 손,

누가 설법한 것도, 가르친 것도 아니다마는,

어느 먼 땅에, 모두 모일 수 있는 따뜻한 땅이 있어,

(미타찰(彌陀刹)이 아니어도 좋으리)

다시 만나기를, 다시 만나옵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기다림도 지극하면 도와 다르지 않다)

말 한 마디 함부로 얹지 못할 설움……

기다리다…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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