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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사골(四骨)을 보며 생각함

by 엽서시

나는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평소에는 아랫것처럼 바라보던 아랫사람의 공을, 그것도 한참 아랫사람의 공을 허겁지겁 들이켜 삼키는 상전(上典)을 보며 생각한다. 제 사적인 일을 서슴지 않게 시키며, 스스로 상전 노릇을 하는 사람을 보며 생각한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정말 제 뒤에 꼬리처럼 달고 목을 뻣뻣이 세우는 꼴을 보며.

그러다가 또,


동네 정육점 뒤, 하얗게 무너져가는 사골 잡뼈들을 보았다, 소는 뼛속까지도 하얗구나, 그 뼛속의 순백까지 녹여내어, 쌀쌀하게 귀가 아려오는 날, 뜨겁게 덥힌 한 그릇으로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가.

뿔을 가지고 있어도, 발굽을 가지고 있어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지극한 일인가. 무량(無量)의 힘이 솟는 심줄을 가지고도 거스르지 않는 그 마음은 또 무슨 일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소를 믿기로 했다는 옛 천축(天竺)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그 천축(天竺)의 땅에서 지극하고 또 숭고한 마음을 가지신 사람이 나신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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