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평소에는 아랫것처럼 바라보던 아랫사람의 공을, 그것도 한참 아랫사람의 공을 허겁지겁 들이켜 삼키는 상전(上典)을 보며 생각한다. 제 사적인 일을 서슴지 않게 시키며, 스스로 상전 노릇을 하는 사람을 보며 생각한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정말 제 뒤에 꼬리처럼 달고 목을 뻣뻣이 세우는 꼴을 보며.
그러다가 또,
동네 정육점 뒤, 하얗게 무너져가는 사골 잡뼈들을 보았다, 소는 뼛속까지도 하얗구나, 그 뼛속의 순백까지 녹여내어, 쌀쌀하게 귀가 아려오는 날, 뜨겁게 덥힌 한 그릇으로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가.
뿔을 가지고 있어도, 발굽을 가지고 있어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지극한 일인가. 무량(無量)의 힘이 솟는 심줄을 가지고도 거스르지 않는 그 마음은 또 무슨 일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소를 믿기로 했다는 옛 천축(天竺)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그 천축(天竺)의 땅에서 지극하고 또 숭고한 마음을 가지신 사람이 나신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