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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겉보기등급*

by 엽서시


너라는 밤을, 생각하여 보자,

수많은 별, 나는 그 중에 하나라고 하여보자.


어때, 어떻게 보이니,

나는 네 눈에 보이는 나를,

네 눈에 비치는 나의 밝기를 알지 못한다.


1등성,

일 리 없어,

2등성일 리도 없다.

3등성, 어쩌면 그 정도.

너와 내가 깔깔 웃던 순간들,

서로의 어깨 곁에서 걷던 순간들은

그 정도 밝기이지 않을까.


신기하지,

거리가 멀어질수록 별의 밝기는 줄어든대,

그러니 너와 웃던, 걷던 순간들은,

이제는, 이제는 어쩌면,

4등성, 5등성, 그리고는,

6등성,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별인 6등성,

을 지나 사라지고 말겠다(아니, 어쩌면 이미)


밤을 볼 때면,

하염없는 어둠을 볼 때면, 나는,

너라는 밤을 생각하여 본다,

저 어둠의 뒤에 있을,

볼 수도,

떠올릴 수도 없이,

희미하고 흐릿하여진,

그 순간들의 밝기를 생각하여 본다.


*겉보기등급: 지구에서 관측한 별의 밝기를 측정하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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