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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노르웨이산 고등어

by 엽서시


고등어를 보면,

마트에 놓인,

머리가 잘린 채 몸통만 놓인,

심지어는 그 몸통마저 반으로 짜개진 채인,

고등어를 보면,

나는 그의 얼굴이 궁금하다.


어물전 얼음 위에 누워있는

고등어를 본다고 풀리는 궁금증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의 표정이다.

횟집 수조에서 시곗바늘처럼 돌고 있을 때의 표정이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거운 북해의 바다,

시커먼 물살을 온몸으로 가르며 나갈 때, 그의 표정이다.

상어나 바다표범, 범고래를 등지고 달아나 살아났을 때,

그는 대체 어떤 표정을 지었는가.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플랑크톤처럼 작고 연하여,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친한 벗이 있었을 것이다. 적도 있었을 것이다.

각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각시가 아니더라도, 몰래 바라보다가

혼자 슥 고개를 돌리고 말았던

고운 이가 있었을 것이다.


살이 있는 모든 것에는 삶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삶이 잘린 채,

살만 놓여 있는 고등어를 보면,

나는 미치도록 궁금해지는 것이다.


고등어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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