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을 위한 이야기(10)
피라미드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공주가 말하였다.
“너는 아무 것도 없는 노래를 자처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그대가 말하는 나의 아름다움과 끝이 없는 아버지 카간의 궁전과 바닥이 없는 재물의 창고를 가진 나는 무엇인가. 네게 나는 무엇이며 이 궁전과 재물은 또 무엇인가.”
공주의 말을 들은 그는 다시 한 번 공주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공주에게 허락을 받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피라미드에 관한 첫 번째 이야기
선지자 마호멧-그분께서 항상 평안하시기를-께서 널리 알린 알라의 뜻은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슬기롭고 용맹하던 이들은 도시의 향락에 젖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타락을 알라께서는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알라께서는 위대한 칸에게 힘을 주어 그로 하여금 타락한 이들을 징벌하게 하셨습니다. 이교도 전사들이 달리는 말은 벼락처럼 무슬림들의 성과 도시를 허물었습니다.
따라서 이제 무슬림은 자신들의 부와 문명의 허무함을 깨달았습니다. 햇볕에 말라 부스러지는 흙덩이처럼, 자신들의 국가가 모두 부서지고 난 후에야 우리 무슬림들은 깨달았습니다. 무슬림들의 믿음이 우물처럼 다시 솟아났습니다. 물이 흙을 뭉쳐 다시 단단한 흙덩이를 만들 듯이 무슬림들은 다시 뭉쳤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술탄의 군대는 마침내 칸의 군대를 막아냈습니다.
그러니 칸의 군대 중에 이집트 땅을 밟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공주님의 고귀한 귀는 이 세상의 땅을 모두 밟고 돌아온 듯한 칸의 용사들의 여행담에 익숙해지셨을 것입니다.
이집트에는 광활한 밀밭과 그보다 더 광활한 사막이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강 서쪽으로 펼쳐진 이 사막을 죽은 자들의 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죽은 자들의 땅에는 예전 이 곳에 살았던 이교도들이 세웠던 거대한 피라미드가 세 개 있습니다. 이 거대한 건축물들은 마치 바빌론의 이교도들이 알라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세웠던 탑을 연상케 합니다. 이 건축물들은 거대한 사각뿔의 모습입니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덮여 있는 피라미드는 사막의 강렬한 태양의 빛을 받아 사방으로 쏘아댑니다. 이집트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 건축물은 예전, 그러니까 선지자 마호메트가 이 세상에 오기도 훨씬 전, 따라서 이 세상에 이교도들만이 가득하던 시절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이 세 개의 피라미드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서려 있습니다. 지금부터 공주님께 그 세 개의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 땅에 사는 이교도들은, 마치 유럽의 이교도들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그들의 신으로 믿었습니다. 이 이교도들은 자신의 왕을 불사의 존재로 믿었으며, 실제로 왕은 별의 힘을 받아 그 불사의 힘을 얻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불사의 왕은 언제나 자신이 가진 이 불사의 권능이 별에게서 온 것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불사의 왕은 자신의 노예들을 부려 별에게 제사를 올리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별이 제물을 받으러 오는 일은 없었고, 성대한 잔치와 음식은 쓸모없이 상해 버려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왕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왕에게는 버려지는 음식과 제물도, 죽어가는 노예들도 전혀 아깝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로 그가 불사의 몸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생각해보십시오, 공주님. 인간이 굶주리고 목마르고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안달내고 욕심내는 그 모든 것은 인간이 언젠가는 죽기 때문입니다. 알라의 정원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베어 문 순간, 인간이 고통에 시달리게 된 것은 불사의 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아낌없는 왕의 잔치는 마침내 하늘에까지 그 이름이 자자해졌습니다. 마침내 별은 왕의 꿈에 나타나 마침내 왕의 제사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제삿날이 되자 온 이집트와 북아프리카의 모든 백성들은 왕의 제사를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여태 그 누구도 본 적 없었던 제물들이 제단으로 바쳐졌습니다. 어린 양과 송아지를 굽는 냄새와 잘 구워진 빵과 꿀의 향기가 지나가는 태양의 옷자락마저 잡아끌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별이 이집트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렇지만 별의 어마어마한 몸집이 하늘과 태양을 가려버렸습니다. 놀란 사람들은 왕의 외침에도 우왕좌왕하며 법석을 떨었습니다. 이 와중에 별은 사람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발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발밑이 어두운 고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별은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별은 이마를 다쳤고,
별의 이마에 나있던 뿔이 그만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뿔을 잃은 별은 피를 흩뿌리면서 하늘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 별의 피가 이집트를 흐르는 긴 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이 이 강의 홍수를 별을 통해 알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제 뿔을 잃은 별은 더 이상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이제 이교도들의 왕도 불사의 몸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진 별의 뿔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손에 닳은 나무처럼, 사람을 닮은 건축물의 형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피라미드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
"왕은 그 안에서 어둠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이야기 역시 불사의 몸을 잃은 이교도 왕에 관한 것입니다. 불사의 몸을 잃은 왕들은 이제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스러지듯이 유한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왕이 죽고 다른 왕이 즉위하기를 마치 초원의 풀이 죽고 다시 돋아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한 왕이 왕국의 모든 천문학자와 점성술사, 그리고 사제들을 불러 남은 자신의 수명을 점치게 했습니다.
왕국의 현자들은 별과 과거의 예언, 그리고 운명에 관한 낡은 책에 대해 한참을 토론한 끝에 이제 왕께서 볼 수 있는 일출이 고작 만 번에 지나지 않는 다는 예언을 남겼습니다.
그러자 왕은 인간의 건축물처럼 변해버린 별의 뿔 옆에 그와 똑같은 모양의 피라미드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노예들에게 명령하기를 그 피라미드 안을 자신의 궁전과 똑같이 꾸미도록 했습니다. 왕의 충실한 노예들은 수 없는 벽돌을 지고 피라미드를 지었습니다. 공주님, 그 불사의 궁전을 짓기 위해 수많은 노예들이 죽어갔음을 기억해주십시오. 천 번의 낮이 아홉 번 지나고 백 번의 밤이 아홉 번을 지났습니다. 다시 열 번의 낮이 아홉 번 지나고 아홉 번의 밤이 지났습니다. 마지막 태양이 뜨기 전 피라미드는 완성되었습니다. 벽돌의 틈과 틈이 꼭 맞물린 피라미드의 안은 햇빛 한 줄기 없는 완벽한 암흑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지 않게 된 왕은 자신이 불사의 몸을 갖게 된 것을 기뻐하였습니다. 왕은 마지막으로 환관을 불러 피라미드를 지은 공인들의 오른손을 모두 자르도록 명령했습니다. 왕은 다시 이 불세출의 기적 같은 건물이 세상에 드러나 자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모든 공인들과 노예들의 오른쪽 손목이 사막의 모래 속에 묻히고 만 번 째 태양이 뜨기 직전 왕은 피라미드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왕이 피라미드의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고 노예들은 아직 피가 멎지 않은 손목에 붕대도 채 감지 못한 채로 하나 남은 손목으로 벽돌을 날라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왕을 오롯한 어둠 속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이번 삶에 남은 소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은 피라미드의 가장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곧 왕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에서 자신의 권능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왕은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달려갔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 왕의 노예가 마지막 벽돌을 끼워 넣었습니다. 햇빛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피라미드에서 더 이상 왕의 절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자 왕은 그 안에서 결국 어둠이 되어버렸습니다.
피라미드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
왕은 자신의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세상의 다른 왕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상 곳곳에 자신의 신하들을 보냈습니다. 마침내 세상의 끝에서 신하들이 돌아왔습니다.
신하들은 이 이교도 왕에게 온갖 세상의 풍습을 전해 바쳤습니다. 장작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거친 빙하 궁전의 왕, 전쟁 한 복판에서 적의 목을 베다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전사의 왕과 천 명의 노예의 목을 베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눈을 감는 중국의 왕, 자신의 무덤 위에 사천 마리의 말을 달리게 하여 아무도 자신의 무덤을 찾게 하지 못하려는 초원의 왕 등 수없는 왕들의 장례 풍습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왕국에 한 노인이 도착했습니다.
호기심에 찬 왕 앞에 노인은 자신이 본 산악의 왕들의 장례 풍습을 말했습니다.
“오오, 태양을 흠모하시고 숭배하시어 그 태양의 운명마저 지니게 되신 나의 왕이여, 저는 당신의 명을 받들어 이 세상 끝에서 저 세상의 끝까지, 온갖 산과 골짜기를 넘었습니다. 저는 셀 수 없는 강과 시내를 건넜으며 사람이 만든 모든 무덤의 벽돌에 제 손을 얹어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인도 위 칼날 같은 산맥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왕의 장례를 보았습니다.
왕이시여, 그들의 왕은 자신들의 신이 사는 하늘의 궁전에 보다 가까운 죽음을 원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검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안치됩니다. 그러면 독수리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독수리들이 날아와 그의 시체를 조각내어 영원한 신의 궁전으로 가져갑니다. 그래서 그의 무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웅장한 산 그 자체이며, 그의 장례를 주관하는 사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독수리들이며, 참배자들은 바로 하늘 궁전의 신들이 됩니다. 나의 왕이시여.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제가 본 왕들의 죽음 중 이것에 비할 죽음은 없었습니다.”
왕은 이 노인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의 사막에는 알라께서 만드신 산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인간보다도 큰 권능을 가진 왕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왕은 곧장 왕국의 모든 노예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러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산’을 만들어 낼 것을 명하였습니다. 노예들은 바위를 깎아 벽돌을 만들어 ‘산’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산이 될 이 피라미드는 그렇게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왕은 끝내 이 피라미드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먼저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왕의 시체가 썩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피라미드, 곧 왕의 영원한 무덤이 될 이 위대한 기념비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장엄하고 엄숙한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장례가 끝나고 죽은 왕의 뒤를 이은 왕자는 인간의 힘으로 다시 만들어 낼 수 없을 이 아름다운 건축물에 썩은 냄새를 풍기는 선왕의 시신을 넣는 것이 탐탁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자는 이 건축물을 텅 빈 채로, 아무것도 아닌 건물 그 자체로 두었습니다. 대신 왕자는 선왕의 시체를 피라미드를 쌓다 죽은 노예들의 주검 사이로 던져 넣었습니다. 곧 시체를 뜯어먹는 들개와 독수리들이 달려들어 왕의 시체와 노예들의 시체를 남김없이 갉아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