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벽에 걸린 선풍기를 보았어,
숨이 턱, 하고 막히더군,
코드가 뽑힌 전깃줄을 목에 둘둘 두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말야,
누가 꼭 생각나서만은 아냐,
누구나 그렇지 않던가,
밥줄은 목을 조이고,
고개는 푹 숙이고……
다들 그렇게들 살지 않던가,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겁지겁, 국밥과 소주를 몸에 넣고 있는
저 시커먼 외투의 사내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을 만큼
곤하게 잠이 든
퇴근길 전철의 회사원들…
우리는 다 같은 제품이다,
다들 선풍기다,
이렇게나 선풍기들이 천지인데,
대체 바람 한 줄기 시원하게 불지 않는 것은,
아마 다들 코드가 뽑힌 모양이군…
다들 같은 처지인 모양이군…